원전 토론회와 주민들의 불신
원전 토론회와 주민들의 불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2.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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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원전)는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만큼 원전주변지역 주민들의 안전문제도 외면할 수 없는 현안이 되고 말았다. 주민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려면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할까? 원전 운영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진솔한 주민참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급선무를 해결하려면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할까? 다양한 교육자료를 개발하고 주민 눈높이에 맞춘 방재교육과 설명회·토론회를 통해 주민들의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주민들이 참여하는 정기토론회를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주기적으로 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원전의 안전성 증진을 위한 종합방안을 놓고 지역사회와 같이 고민하는 한편 계획예방정비 또는 원전의 사고·고장에 따른 임시토론회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현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관계자(국회 산자위, 원안위, 한수원 등) 초청 토론회처럼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차별화된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추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기술적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 그리고 안전성 증진과 같은 지역현안 토론회를 마련하고 그에 따른 예산은 원전이 소재한 지자체와 한수원이 머리를 맞대고 확보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사회와 원전 관계자가 안전성 증진 토론회를 효과적으로 열기 위한 전제조건은 어떤 것들일까? 우선 전제되어야 할 것은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그 다음은 사업자인 한수원 측의 성의 있는 자세일 것이다. 한수원은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할 마음가짐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또한 설명회나 토론회에 주민들이 참여해주기만 바랄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원전 관계자도 직접 참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나 토론회 내용도 전문가의 눈높이가 아닌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상식적인 내용을 바탕에 깔고 뼈와 살을 붙여 주민들의 이해를 돕는다면 훨씬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로 비상식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뼈와 살을 붙이는 행위는 마술과도 같아서 그 과정을 알고 난 후에 느끼는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한수원에 때한 신뢰감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까지 설명회나 토론회에 참석해 보면 한수원 측은 틀에 박힌 듯한 태도로 일관해 주민들로서는 앉아있기가 고통스러웠다는 여론이 많았다. 주민들은 그동안 어떤 언어의 마술사나 달변가가 와도 이해할 수 없었던 자리였기에 사업자 측이 참석하는 것을 꺼렸다고 볼 수 있다.

사업자와 지역주민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도 따지고 보면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것처럼 사업자 측의 입장이 확연하게 달랐던 과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동안 주민들로서는 “왜 그랬어?”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고 앞으로 문제를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도 동시에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책임이 있는 사업자 측에 “왜 그랬어?”라고 물으면 항상 돌아오는 것은 “전임자가 했기 때문에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는 답변뿐이었다. 한수원은 이처럼 부정적 인식이 뿌리 깊은 설명회나 토론회는 과거지사로 돌리고 주민들이 진심으로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도록 개선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거듭 강조하지만, 원전정책 수립과 이행에 빠져서는 안 될 안전성 증진 설명회나 토론회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주민들의 문화적 차이, 생활방식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눈높이에 맞추려는 사업자 측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수원이 주민들로부터 합의정신과 신뢰감을 이끌어내려면 ‘현안에 대한 전문지식 10% 안팎, 절차적 요소 30%, 호감이나 신뢰감 같은 인간적 요소 50% 이상’이라는 점을 새겨들었으면 한다. 지역사회로 좀 더 가까이 다가와 지역주민들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지자체로서는 원전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감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이해하고 대변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다. 또한 주민들의 편에 서서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시민과 원전주변지역 주민과의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원전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 제공, 참여 유도 등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뢰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아간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박기선 울산 울주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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