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위상 높이는 정책 개발에 힘쓸 것”

기사승인 2018.04.17  21: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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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리 울산간호사회 회장·춘해보건대 교수
부회장 4년 거쳐 무투표로 회장 당선
‘신규 간호사 교육체계 구축’ 시책 호감
간호사 숫자 늘리는 일은 ‘수위 조절’
경력단절 간호사 재취업 교육에 무

   
▲ 울산간호사회장 이경리 교수.  윤일지 수습기자

-부회장 4년 경력, 든든한 지원군도 한몫


울주군 웅촌면 대학길 9 춘해보건대학교. 지난 14일 오전, 사진기자와 함께 찾아간 곳은 이 대학 도생관(道生館) 4층. ‘도생(道生)’이라면 대학설립자 김영소 박사의 아호다.

김조영 이사장의 선친인 김영소 박사는 8·15해방 2년 후인 1947년, 의료 환경이 열악한 부산 범냇골에서 ‘춘해의원’을 열고 춘해보건대학교의 초석을 다진 존경받는 의료인이다. ‘도생’은 이 대학의 건학(建學)이념에서 되살아난다. “本立道生 四海開春(=근본이 서면 길이 생기고 온 누리에 봄이 열린다.)/弘益人間 理化世界(=널리 인간에게 유익하도록 진리로 세상을 이룬다.)”

도생관 4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속 홍보물이 잠시 시선을 끈다. “부산·울산·양산·김해지역 4년 연속 취업률 1위, 전국 137개 전문대학 중 취업률 2위…” 전국 전문대학 중 1위 자리는 농협대학교에 내주었지만. 취업률 85.1%라면 대단한 실력이고 실적이다. 그 중심에 간호학과도 있다.

‘도생관 408호실’은 이 대학 간호학부 이경리 교수(61, 간호학 박사)의 연구실. 이 교수는 지난 3월 16일 울산광역시간호사회(=대한간호협회 울산광역시지부, 이하 ‘울산간호사회’) 제11대 회장직에 취임했고, 앞으로 2년간 울산간호사회 소속 4천여 회원의 권익이 그의 어깨에 걸려 있다.

제9대, 10대 부회장을 4년간 지낸 바 있어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관례를 깨고 ‘무투표 당선’의 영예를 안은 것도 그 덕분일 것이다. 부회장 2인과 이사진·감사진이 그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제1부회장은 김정미 울산대병원 간호본부장, 제2부회장은 이정경 간호부장이 러닝메이트의 연을 맺었다. (울산간호사회 회원의 90%는 ‘울산병원간호사회’ 소속이다.)

“어제부터 달여놓은 겁니다. 드셔보세요.” 대추에 생강을 넣어 정성껏 달인 대추생강차다. 군것질거리도 두어 가지 더 권한다. 연구실 유리문 너머 산자락을 끌어안고 있는 네모난 바위가 무척 인상적이다. 산자락을 끼고 있어서일까, 공기부터가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울산의 태움문화, 걱정할 수준 못 돼”

신임 이경리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조직 활성화와 결속력 강화를 비롯해 간담회·SNS를 통한 산하단체별 소통 활성화, 간호정책 개발 및 대정부 활동 강화, 대외 이미지 개선 및 위상 강화에 이르기까지 할일이 태산이다.

대외 이미지 개선만 하더라도 손쉬운 작업이 아니다. 설 연휴 첫날에 불거진 간호사조직 내부의 ‘태움 문화’만 해도 단순한 접근방식으로 해결될 일이 못 된다. 그래도 이 회장은 낙관적이다. “울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문제가 거의 없는 편이죠. 지난달 병원간호사회 축사에서도 ‘울산간호사회가 이 문제(태움 문화)를 제일 먼저 해결하는 모범을 보이자’고 했는데 의외로 쉽게 풀릴 겁니다.”

사실 간호사조직의 치부인 ‘태움 문화’는 복합적 여건 속에서 배태된 기형적 조직문화의 한 단면이다. 이 비뚤어진 조직문화를 건전한 병원조직문화로 탈바꿈시키는 일로 정부의 고민도 깊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0일 태움 문화 대응책의 하나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는 태움 문화가 간호사들의 불가피한 야간근무, 폐쇄된 병원공간 등의 특성 때문에 생겨났고 그 서슬에 간호사들이 폭언·폭행, 성희롱 등에 노출되는 일이 잦다고 진단한다. 환자의 생명을 다룬다는 과도한 긴장감,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의료인 사이의 인권침해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

그뿐만이 아니다. 임상 경력이 부족한 새내기 간호사에 대한 교육체계의 부재, 교육을 맡은 경력 간호사들의 업무적 부담, 간호사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인식도 태움 문화의 온상이나 다름없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여기서 잠깐, 태움 문화의 가해자에 대한 흥미로운 정부 조사결과(2017년, 복수응답)를 인용해 보자. 가해자는 환자가 57.1%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보화(42.7%), 의사(37.5%), 상급자(18.1%)가 그 뒤를 이었다.

간호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임신 문제다. 2017년 조사에서 나타난 간호사들의 불만은 임신 중 초과근무(58.6%), 임신 중 야간근무(21.7)였고, 2015년 인권위원회 조사에서는 ‘선후배 등의 눈치로 원하는 시기에 임신을 결정할 수 없다’는 불만이 39.5%를 차지했다.



“문재인케어 조건찬성, 의사회도 일리”

문재인 정부의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에는 귀에 솔깃한 내용들이 적지 않다. 문제점 진단에도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개혁 방안들이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지는 데는 간호협회 차원의 정책제언과 감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간호정책 개발 및 대정부 활동 강화’에 신경을 쏟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태움 문화나 성폭력 같은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세부추진방안 가운데 특히 눈길이 가는 대목은 ‘신규 간호사 교육체계 구축’이다. 그 속에는 새내기 간호사들의 의료현장 적응을 돕고 임상활동 능력을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들어있다.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에 간호교육관리 팀을 운영하고 △새내기 간호사와 간호대학 실습생들의 교육·관리업무만 전담하는 ‘교육전담 간호사’를 따로 배치하고 △가칭 ‘간호인턴제’란 이름으로 새내기 간호사 교육기간을 3개월 이상 확보하는 방안이 그것.

화제를 잠시 ‘문재인 케어’ 쪽으로 돌려보았다. 반응은 조심스러웠지만 ‘조건부 찬성’ 쪽에 손을 들었다. 간호사들의 권익 향상에 어느 정도 진일보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본회 차원에서도 나와서일까. 의사회에 대한 공감적 시각도 굳이 감추지는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는 같은 길을 가는 의료인이죠. 의사회에서 말하는 의료수가 문제는 간호협회도 일부 공감하고 있죠.”

간호학과 정원을 늘리는 문제도 궁금했다. 간호사회 나름의 복안이 있었다. “간호사 수가 절대 부족한 건 사실이죠. 그러다보니 의사는 급여가 절반수준밖에 안 되는 간호조무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환자 보호 면에서는 차이가 엄청나죠. 교육기간이 한쪽은 4년, 다른 한쪽은 1년인데 안 그렇겠어요?”

간호사 수를 늘리는 일에는 수위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로 들렸다. 지금 부족하다고 당장 늘려놓으면 과잉공급 후유증이 생길 게 뻔하다는 얘기였다. 간호협회는 무게의 중심을 ‘자격증이 있으면서도 활동을 하지 않는 간호인력’의 재취업 교육 쪽에 두고 있다는 게 이 회장의 말이다.



간호학과 20% 남학생… 他대학서도 지원

간호업무를 중도에 그만두는 간호사들이 의외로 많은 건 국가적 골칫거리다. 중도포기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1차적 이유겠지만 3D업종(=더럽거나 힘들거나 위험한 일, 영어 Dirty, Difficult, Dangerous에서 따온 말)을 기피하는 요즘 세태도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새내기 간호사들이 어려운 근무환경을 못 견디고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다’며 다른 병원으로 한두 번 옮기다가 끝내 그만두는 일이 의외로 많아요.” 그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간호업무란 몇 년은 꾸준히 해야 숙련도가 높아지는 건데 그러질 못하는 거죠. 그래서 제자들에게 늘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최소한 2년은 근무해라’고 말이죠.” 4년 내내 사람에 대한 이해, 애정을 중심으로 한 인성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 때문이기도 하다.

간호학과 얘기를 좀 더 듣기로 했다. 춘해보건대의 한 학년의 입학정원은 240명. 하지만 ‘입학 외 정원’까지 치면 300명에 가깝다. ‘입학 외 정원’의 대상은 대졸자와 농어촌 학생들. 대졸자가 20%나 차지한다니 놀라운 현상이다. “구직난 때문이죠. 우리 대학에서도 보건계열 2년 과정을 마친 후 간호학과를 찾는 학생들도 있으니까요.” 시대상의 반영인 셈이다.

다른 대학이나 학과를 마치고 재입학한다는 것은 이른바 ‘U턴 현상’이다. 이것 말고도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더 있다. 간호학과 남학생이 20%나 된다는 사실. 그리고 이들이 졸업 후 향하는 곳은 소방직·교정직 공무원이 상당수다. 공무원 자리가 안정적 일자리란 인식이 간호 분야에서도 통하고 있는 것이다.



“독서보다 더 즐기는 취미는 밸리댄스”

오는 5월 12일은 나이팅게일(1820~1910)의 탄생일에 맞춰 지정한 ‘국제간호사의 날’. 울산간호사회는 이 날의 주제어를 “다시 보는 우리 역사, 새로 쓰는 간호문화”로 정했다. “기획홍보위원들의 의견을 휴대전화 문자로 일일이 확인해서 다수결로 정했어요.”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민주주의 방식을 택했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이만큼 유용한 방법도 드물지 싶다. 학술법제위원회와 재무위원회도 상임위원회의 하나다.

지난 3일 첫 이사회를 열어 3개 위원회를 구성했고, 12일에는 기획홍보위원회를, 16일에는 학술법제위원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4월 27∼28일에는 본회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준비하는 일로 바쁘다. 그래서 일주일에 서너 번은 울산간호사회 사무국(남구 번영로 195, 동문아뮤티 410호)을 찾는다. 본회가 지부에 안겨준 숙제 ‘간호정책 개발’ 안을 매끄럽게 다듬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주 태생으로 진주여고를 거쳐 부산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을 살려 2008년부터 1년간 ‘부산·울산·경남 정신간호사회’ 회장직을 역임했고 2012년부터 ‘전국간호학점은행제운영기관협의회’ 회장직을 6년 넘게 맡아오고 있다. 그 밖의 직함도 무수하다. 수상경력에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2003.5) △부산시교원단체연합회장상(2007.5) △부산광역시장상(2009.4)이 들어가 있다.

종교는 기독교. 취미는 ‘독서’라 했다가 이내 ‘밸리댄스’로 바꾼다. 큰 웃음소리에 덩달아 표정도 밝아진다. “몇 년 전부터 푹 빠졌는데요. ‘아, 이거 나를 위한 스포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죠. 양산 서창의 학원인데, 수강생이 없을 땐 안무자하고 단둘이 즐기기도 하죠.”

스스로를 주말부부라 했다. 부산 해운대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30대 아들 하나를 두었고, 양산 덕계가 ‘주말부부생활’의 근거지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 윤일지 수습기자


김정주 기자 seagull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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