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매개로 표현한 현대인의 내면

기사승인 2018.06.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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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분옥 시인 시조집 ‘바람의 내력’ 발간… ‘언양에서 밀양까지’·‘칸나’ 등 60여편 수록

   
 

“윤사월 무논에 물 찬 듯 출렁대고/바람 부는 쪽으로 뒤집힐 듯 넘실대던/몸밖에 터져 나오는 소리/돌로는 다 못 누를 것//목울대 걸리기나 한 허리 베어 물거나/횃대에 옷 건 일도 모른다면 모를 일을/감기는 회오리 끝에/그믐달만 여윈다”(표제작 ‘바람의 내력’ 전문)

한분옥(사진) 시인이 새 시조집 ‘바람의 내력’을 펴냈다고 13일 밝혔다.

책에는 ‘언양에서 밀양까지’, ‘칸나’, ‘독(毒)’, ‘냉이’ 등 자연을 매개로 현대인의 외롭고 쓸쓸한 내면을 표현한 시조 60여편이 실렸다.

‘언양에서 밀양까지’는 간월산 고개 넘어갈 때 소금장수들이 짐을 지고 선채 쉬었다 다시 걸어가는 ‘선짐이질등’에 “나는 왜/아닌 벼랑 아닌 짐꾼에/못 벗고 선 오늘인가”라며 철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칸나’에서는 여자의 타는 속을 붉은 꽃에 빗대었고 ‘독(毒)’에서는 가장 귀한 것을 ‘개똥’이라 부르는 것처럼 애절한 남녀의 관계를 “비단치마에 받아낸 독”이라며 역으로 풀어냈다. ‘냉이’에서는 해마다 싹을 틔우는 냉이에 시인 자신의 외로움을 엮어내기도 했다.

   
 


이우걸 시인은 표제작 ‘바람의 내력’에 대해 “여성적인 목소리지만 그 어떤 제도와 관습의 테두리에도 구속되기를 거부하는 자유 지향의 시적 미학이 서서히 진화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토속적 취향의 언어로 인생을 그려내는 페미니스트로서의 그의 매력이 완숙의 경지에 도달하게 될 때, 한국 시조시단의 또 하나의 개성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는 해설에서 “한분옥 시조의 정형 양식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충실하게 하면서 급변하는 삶의 양상들을 두루 포괄하는 균형 감각을 담고 있다”며 “이번 시조집으로 서정의 정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한분옥 시인은 1987년 ‘예술계’ 문화예술비평상과 2004년 ‘시조문학’,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됐다. 주요 저서로는 시조집 ‘꽃의 약속’, ‘화인(火印)’, 번역 시조집 ‘꽃의 단죄(Conviction of Flowers)’, ‘침향(枕香)’, 산문집 ‘모란이 지던 날’, ‘부용만향’, ‘진홍가슴새’ 등이 있다.

또한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한국문협작가상, 한국수필문학상, 연암문학상 대상, 울산문학상, 울산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보은 기자


김보은 기자 bo0109eun@naver.com

<저작권자 © 울산제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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