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돌아보고, 다시 새로운 각오로

기사승인 2018.06.13  00:00:00

공유
열전이 마침표를 찍었다. 민심은 냉엄했다.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모여 세상을 바꾼다’는 진리가 울산에서도 통했다. 울산에서 주요 선출직의 승리는 여권과 진보진영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래저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열기는 아직도 식지 않고 뜨겁다.

13일 오후 6시, 투표를 마감한 결과 울산지역 잠정 투표율은 64.8%(전국평균 60.2%)를 기록했다. 4년 전 6·4 지방선거(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의 최종투표율 56.1%에 비하면 8.7%p나 높은 수치다.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시구·군 의원)을 제외한 주요 선출직 후보들의 당락 윤곽은 이날 오후 6시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의 출구조사 결과 발표로 일찌감치 드러났다.

승자는 승리의 환호로 밤잠을 설쳤고, 패자는 패배의 울분으로 밤새 분루를 삼켰다. 시장과 교육감, 구청장·군수, 시의원, 구·군의원 등 79명의 새로운 지역일꾼과 1명의 새 국회의원을 가려낸 6·13 울산 지방선거는 이처럼 극명하고도 대조적인 흔적을 뚜렷이 남겼다. 노거수의 뿌리처럼 드러난 6·13 강진의 흔적은 누군가가 감당해야할 뒤치다꺼리임을 의미한다. 지역사회의 분열을 봉합하는 일, 바로 그것이다.

승자이건 패자이건, 이번 선거의 최전선에 나섰던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고해성사하는 심경으로 치르는 철저한 자기반성이다. 당사자들은 13일간의 공식선거운동 기간을 잠시 뒤돌아보라. 그리고는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반문해 보라. “과연 나와 내가 속한 정당은 반성해야할 잘못이 티끌만큼도 없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과연 나는 상대후보의 작은 흠집 하나라도 뻥튀기해가며 인격을 짓밟고 혐오감을 부추긴 일은 없었는가?”, “과연 나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비방 메시지를 조작해서 SNS에 띄운 일은 없었는가?” 하고….

이 모두 어떤 수단방법이든 안 가리고 선거에서 이기고 말겠다는 그릇된 이기적 충동이 저지른 범법행위들이다. 이 모두 인생후배들에게 물려주기 낯부끄러운 구태정치의 잔재들이요 청산해야할 정치적폐들이다. 그런데도 고개를 들었고, 그런데도 꼬리를 물었다. 어김없이 “카더라” 방송이 등장했고, “아니면 말고”식 흙탕싸움이 재연됐고, 망국적 지역감정이 백주대낮에 되살아났다. 그것도 일 잘하고, 말 잘한다는 소위 지식인층의 머리와 입을 거쳐서 나왔고 이를 입력해두었던 양식 있는 유권자들은 한 표, 한 표의 위력을 실천적 행동으로 입증해 보였다. 60%를 훌쩍 뛰어넘은 지역 투표율이 그 증거가 아니라고 누가 감히 부정할 수 있겠는가?

승자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조언도 있다. 먼저, 패자를 위로하고 감싸 안을 줄 알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상대후보가 저지른 잘못 가운데 가벼운 것쯤은 아량을 베푸는 모양새가 보기에도 좋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적 적폐 청산 차원에서 도저히 묻어둘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그 법적 책임을 반드시 엄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선거꾼·정치꾼들의 약은 잔꾀나 토착비리가 더 이상 고개를 들거나 뿌리를 내릴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승자가 무엇보다 소중히 지켜야 할 덕목은, 출마를 선언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임기 내내 겸손의 미덕을 잃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뽑아준 선출직의 자리는, 보란 듯이 완장이나 차고 큰소리로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낮은 자세로 섬겨야 하는 봉사자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자는 경쟁후보들이 내세운 정책공약 가운데 훌륭한 것이 있으면 외면하지 않고 과감히 차용할 줄 아는 대승적 기개를 보였으면 한다. 선거공보에 나타난 여러 후보들의 공약을, 선입견 없이 접근한다면, 허황되지 않고 알찬 정책공약들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번 선거는, 주권자인 시민(국민)의 한 표가 바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요 ‘민심이 천심’이라는 진리가 여실히 살아있음을 깨닫게 한 주인의식의 선거였다. 그리고 이번 선거는, 순수가 봇물을 이루어 일으킨 촛불혁명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얼마나 거대한 물줄기를 이룰 수 있는지를 무언으로 확인시켜준 역사적 대사건이기도 했다.

성경말씀에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명언이 있다. 이제 지방정부도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됐으니 많은 틀과 사람이 바뀌게 될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지혜로움이다. 지방행정 수장의 지혜로움은 다름 아닌 정치력 즉 ‘협치와 통합의 능력’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원리는 광역자치단체장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장에게도 두루 통하는 원리라고 믿는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여와 야가 손을 맞잡고, 노·사·정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새로운 북방경제정책이든 무슨 정책이든 능히 못 이룰 일이 없을 것이다. ‘새 부대자루’를 거머쥐게 된 승자들에게 ‘새 술’로써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동시에 패자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117만 울산시민의 이름으로….

울산제일일보 ujeil@ujeil.com

<저작권자 © 울산제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ad38
ad39

최신기사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ad40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41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