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보여준 ‘협치(協治)문화’의 싹

기사승인 2018.06.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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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울산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언론매체들은 민주당이 ‘보수의 텃밭 울산’에서 싹쓸이를 함으로써 지방정권 교체의 꿈을 이루었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의 약진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개표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언론매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장과 5개 구·군을 독식하며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던 한국당이 불과 4년 만에 당선자를 단 1명도 내지 못하면서 존립마저 위태롭게 됐다”고 격세지감을 전했다.

이처럼 절망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국당의 수장 홍준표 대표가 14일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같은 날, 한국당의 울산좌장 격인 정갑윤 국회의원도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뜻에서 시당위원장 직을 내려놓았다. 역시 같은 날 김기현 울산시장도 선거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특히 김 시장은 ‘지방선거와 관련해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글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송철호 당선인에게 축하를 드린다”고 예의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전임자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울 일이 있으면 기꺼이 돕겠다”고 말했다. “시민의 뜻을 받들어, 울산을 더 발전시키고 자랑스러운 도시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전투에서 쓰라린 패배를 안겨준 적장(敵將)을 기꺼이 돕겠다는 말은, 비록 정치적 수사(修辭)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아무나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김 시장의 발언이 진정성으로 가득 찬 것이라면 그는 대인(大人)의 풍모를 지녔다고 해서 틀린 말이 아니다. 또 그의 말 속에는 울산시민에 대한 애정이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송철호 당선인도 승자의 아량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돌아온 송 당선인은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거가 끝난 마당에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고소·고발은 모두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주관에 따라 시각을 달리할 수 있지만, 김 시장의 말과 송 당선인의 말에서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협치(協治)문화의 싹’이라고 생각한다. 7월 1일 이후로는 ‘전·현직 시장’이란 호칭이 따르겠지만, ‘울산을 더 발전시키고 자랑스러운 도시로 만드는 일’에 전·현직 시장이 손을 맞잡는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서로의 처지와 당적이 다른 마당에 동지적 입장에 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서로 마음만 먹는다면 협치의 문화를 꽃피우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믿는다.

이번 선거 직후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물론 중앙정치권을 향한 고언이지만 지방정치권에 원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국민적 여망은 협치”라며 여당을 향해 “(야당과) 적극적인 스킨십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선거 직후 송철호 당선인과 김기현 시장이 서로 덕담을 주고받은 것은 시민들을 위해 참 좋은 징표이다. 송 신임시장이 시정을 펼 때 김 전임시장의 정책 중 훌륭한 것을 계승하고 조언도 수시로 구한다면 ‘울산형 협치문화’가 자연스레 꽃을 피우게 되지 않을까.

울산제일일보 ujeil@ujeil.com

<저작권자 © 울산제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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