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간섭 ‘제트보트’, 운행에 신중해야
생태계 간섭 ‘제트보트’, 운행에 신중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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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울산시가 기울이는 노력은 참으로 눈물겨울 정도다. 태화강에 나룻배가 아닌 제트보트를 띄우겠다는 발상도 그런 노력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시가 지난 4월 자연보호단체의 의견을 구한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태화강에 띄울 보트가 처음 구상한 ‘에어보트’가 아니라 소음 정도가 덜 심한 ‘제트보트’로 바뀐 점이지 싶다.

여하간 울산시는 19일부터 27일까지 9일간 태화강에 탑승인원 10인 이하의 제트보트를 시험 삼아 띄우기로 했다. 공포감을 줄이기 위해 속도를 시속 30∼40km로 낮춘 가운데 태화강전망대∼태화교 하부(왕복 4㎞) 사이를 하루 15회 정도 공짜로 왕복 운행(운항)할 계획이다. 만약 시민들의 반응이 좋으면 제트보트의 운행구간을 구삼호교∼명촌교 하부 일원(왕복 16㎞)으로 넓힌다는 단계전략도 마련해 두었다. 이에 앞서 시는 지난 4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하천점용허가를 얻은 다음 태화교 하부에 임시 선착장 설치를 끝냈다.

문제는,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험운행 구간을 제외하면 대체로 수심이 얕고 강폭도 좁다. 특히 태화교∼번영교 사이는 수심이 얕고 암반지대까지 나타난다. 제트보트를 시범운행 구간에서만 띄운다면 시간이 길어야 15분 남짓 걸린다고 한다. 제트보트에서 십리대숲도, 태화루도 볼 수 있다지만 그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라면 그야말로 주마간산(走馬看山)식 경치구경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처음엔 호기심에서 한 번쯤 타보고 싶을지 모르지만 두 번 다시 탈 생각이 나겠느냐”고…. 사실 울산시가 제트보트를 태화강에 띄우겠다는 것은, 외지 관광객들이 울산에 좀 더 오래 머물게 할 ‘체류형 관광’의 물꼬를 트기 위한 작전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제트보트의 태화강 운행이 수(水)생태계와 조류(鳥類)생태계마저 뒤흔들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시쳇말로 ‘죽도 밥도 아닌’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제트보트가 상시 운행된다고 가정해 보자. 이 수상레저 도구가 일으키는 물살이 곧바로 강 속 수생태계를 교란시키게 될 것이라는 것은 유치원 아이라도 금세 알 수 있는 일이다.

태화강이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나면서 무리지어 찾아오는 봄철의 황어 떼와 모치(새끼숭어) 떼, 극소수이긴 해도 여름철마다 찾아주는 은어 떼, 가을철의 빈객 연어 떼에 이르기까지 수중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생태환경이 난장판으로 변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욱이 임시선착장이 설치된 태화교 아래 강기슭은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고 울산시가 몰래 찍은 사진까지 공개하며 자랑삼은 곳이 아니던가?

만약 제트보트의 운행구간이 앞으로 9일간 선보일 시범운행 구간을 벗어나 더욱 넓혀진다면 이번에는 백로와 왜가리를 비롯한 조류생태계의 교란마저 걱정해야 할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만약, 재수 사납게도, 제트보트가 충돌·전복 사고라도 일으킨다면 기름 유출과 인명피해도 걱정해야만 한다. 물론 ‘안전’이라면 울산시도 치밀하게 대비하고 있기는 하다. 제트보트에 6세 미만 어린이는 아예 탈 수 없게 하고, 6∼10세 어린이는 보호자가 같이 있어야 탈 수 있도록 못 박은 것도 다 안전을 배려한 조치다.

그러나 태화강에 문명의 이기인 제트보트를 띄우겠다는 발상은 친(親)생태적이지 못하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고효율 행정과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까지의 ‘태화강’은 십리대숲과 더불어 생명의 강, 생태의 숲에만 머물지 않고 국가정원의 마중물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돼 왔다. 그런 차제에 느닷없이 제트보트가 그 틈새를 비집고 얼굴을 내민다는 것은, 상식적 판단으로는,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양봉업계의 속설에 ‘’벌통을 꽃밭 한가운데에 놓아두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랬다가는 꽃밭이 망가지고 꿀의 양도 준다는 자연의 이치에서 터득한 말이지 싶다. 태화강에 제트보트를 띄우는 것도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허가를 얻어 태화교 하부에 임시선착장까지 설치한 것을 보면 울산시의 추진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시 관계자는 “제트보트 시범운행에 따른 시민의 호응도와 태화강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상시운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시의 이 같은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은 간다. 그러나 더욱 신경 쓸 일이 있다. 종합검토 대상에 1만원 대가 넘는다는 탑승요금, 십리대숲 산책객들에게 미칠 소음공해 정도도 포함시키기를 제안한다. 또 한 가지, ‘관광울산’의 성취는 절대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에 있다는 사실에도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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