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심포지엄이 떠올린 ‘海水담수화’
석유화학 심포지엄이 떠올린 ‘海水담수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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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화학연구원 울산본부 세미나실에서는 매우 유의미한 심포지엄이 열려 주목을 받았다. 심포지엄의 주제는 울산석유화학단지에 공급되는 공업용수와 관련된 것으로 ‘통합 물공장 신설’과 ‘해수담수화 시설 추진’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었다. RUPI(=울산 석유화학산업 로드맵 프로젝트)사업단과 화학네트워크포럼, ‘한국 막(膜)학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심포지엄에는 전·현직 공장장 40여명과 물 관리 전문가 등 80여명이 자리를 같이해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2가지 큰 주제 가운데 본란에서 특별히 주목하려는 주제는 ‘해수담수화 시설 추진’이다. 해수담수화(海水淡水化)란 문자 그대로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직접 사용하기 힘든 바닷물(海水)에서 염분을 포함한 용해물질을 제거해서 순도 높은 음용수 및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의 담수(淡水)를 얻어내는 일련의 수(水)처리 과정’을 말한다. ‘해수탈염(海水脫鹽)’이라고도 한다.(위키백과)

물론 이날 심포지엄에서 논의한 주제 ‘해수담수화 시설 추진’은 울산석유화학단지의 공업용수 확보가 일차적 목표이지 음용수나 생활용수는 사실상 논외(論外) 사안이었던 것으로 안다. 그래도 후자는 ‘물 부족 도시’인 울산시로서는 지속적으로 비중 있게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해수담수화 사업은 이웃도시 부산 기장에서 이미 시도해 본 사업이다. 국비와 시비 2천억원이 들어간 기장의 해수담수화 시설은 2014년 12월 완공 이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다가 지난 1월 두산중공업의 직원 철수 조치로 사실상 가동중단 상태에 놓여 있다. 그 이유는 기장군 주민들의 수돗물 공급 반대 시위뿐만 아니라 환경단체의 끈질긴 반대 운동과도 맞닥뜨려야 혔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의 반대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은 삼중수소(三重水素, tritium)의 존재다. 수소의 일종이면서도 ‘β 방사선’을 방출하는 삼중수소가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가까운 고리원전에서 흘러나와 기장 앞바다로 흘러들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 가뭄이 닥치면 수질이 극도로 나쁜 낙동강 물을 비싼 돈으로 사들여와 고도정수처리를 거쳐 수돗물로 공급해야 하는 울산시로서는 차선적 대안(次善的 代案)의 하나로 해수담수화 시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울산시는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대안의 하나로 생각지 않았거나 부산 기장의 선례가 오버랩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식의 소극적인 자세는 창의적이지도 않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도 못한다. 원자력발전소 근무 30여년 경력의 한 원전기술자는 삼중수소 발생의 바탕이 되는 중수로(重水爐)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라면 해수담수화 시설을 추진해볼 가치가 있다는 주장을 편다.

구체적으로, 중수로를 갖추고 있는 월성원전이나 경수로(輕水爐)를 갖추었지만 기장에서 인접한 고리원전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울산 강동 앞바다’를 해수담수화 시설의 적지로 지목한다. 본란에서는 그의 말이 반드시 옳다고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그룹과 시민·환경단체,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댄 가운데, 면밀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물 부족 시기에 대비하는 대안의 하나로서 해수담수화 시설 추진에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사실 울산시는 그동안 물 부족 시기에 대비한 대안으로 ‘청도 운문댐 물’을 비롯해 타지의 수원(水源)에 기대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대가 신기루를 좇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사실이 지난번 가뭄으로 확실하게 입증됐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달 20일부터 수성구, 동구 11만6천800가구에 운문댐 물을 다시 공급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이는 역대급 가뭄이 닥치면 운문댐도 별 수 없이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전하는 소식이다. 대구 수성구와 동구 26만1천 가구의 식수원인 운문댐은 근래 보기 드문 가뭄으로 지난 2월 취수를 중단하고 수원을 금호강 물과 낙동강 물로 바꾸어야 했다.

다시 21일의 심포지엄에 주목해 보자. 이날 심포지엄에서 ‘울산석유화학단지 공업용수 현황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이동구 박사의 지론은 경청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 박사는 수처리 설비의 노후화로 울산석유화학단지 제품원가의 경쟁력이 떨어진 사실을 예로 들며 앞으로 해수담수화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제품원가 절감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날 심포지엄에서 거론된 해수담수화 시설은 어디까지나 공업용수(공정용수)에 국한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차곡차곡 집적해 둔다면 울산시민의 음용수, 생활용수 공급에도 획기적 변화가 틀림없이 올 수 있다고 믿는다.

아직 안 가본 길이지만 울산시민들의 마실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걸어가야 할 길이라면 굳이 고개마저 돌릴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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