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점번호’에서 소방 역사를 만나다
‘국가지점번호’에서 소방 역사를 만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2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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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니 산과 들이 손짓한다. 연분홍빛 물결에 마음을 빼앗겨 배낭 하나 메고 산을 오른다.

울산은 ‘영남알프스 8봉 완등’이 있어 주말이면 영남알프스 8봉을 오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8봉 정상석 주변으로 인증샷을 찍기 위한 등산객의 줄이 길게 늘어진 풍경을 종종 TV에서 보곤 했다.

가지산을 오르다 보니 ‘국가지점번호’판이 보인다. 오랜 세월 가지산과 함께하며 비바람을 견딘 번호판의 끝이 낡고 닳아 있다. 기호 같은 한글과 숫자들이 쓰여 있다. 사각으로 세워진 번호판엔 ‘가지산 104’ ‘서울주 소방서, 울산광역시, 국가지점번호 마Ma 마Ma, 3803 3877, 울산광역시 울주소방서, 긴급문의 전화 119’가 왼편에 쓰여 있고, 오른편 하단에는 ‘울산광역시 중부소방서, 긴급문의 전화 119’가 쓰여 있다. 숫자와 문자를 들여다본다.

한 번호판에 면마다 다른 명칭들이 적혀 있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울산광역시인지 울주군인지, 서울주소방서 관할인지 중부소방서 관할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만약 위급한 상황이라면 어디로 연락을 해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많이 쓰여 있어야만 할까.

산에서 내려와 울산소방서의 역사를 찾아본다. 1946년에 설치하고 1947년에 개서해서 1955년에 폐지했다. 1967년에 울산소방서를 재설치했다. 1989년에 울산남부소방서로 분리되었다가 1997년에 울산중부소방서로 변경되었다. 울산광역시 승격에 따라 상급기관이 경상남도 소방본부에서 울산광역시 소방본부로 이관되었다. 2014년 7월 중부소방서 청사로 이전하고 2021년 7월 서울주소방서로 개서했다.

번호판 하나에도 울산 소방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울산 중부소방서에서 울주소방서 서울주소방서로 변경이 된 사실을 자료를 통해 알게 되었다. ‘국가지점번호’판도 울산의 역사와 함께하며, 조금씩 이름을 달리해 간 것에 대해 이해가 되었다.

‘국가지점번호’판을 보면 어디로 신고해야 할지 망설여질 것도 같다. 깔끔하면서도 쉽게 알아보도록 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국가지점번호’판은 산속에서 길을 잃거나 다쳐서 구조를 요청할 때 정확한 위치를 신고하라고 정한 ‘위치 정보’다. 국토 및 인접 해양을 일정 간격으로 나눠 지점마다 번호를 부여하고 있다. 건물이 없는 곳에 번호판이 대신 자리하고 있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긴급구조 등의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013년에 도입되었다.

기호 같은 문자와 숫자는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국가지점번호’는 전국을 100km x 100km 단위의 격자로 구분한다. 최소 단위는 10m x 10m다. 각 구역은 문자와 숫자를 조합해 표기한다. 100km 단위는 문자로 표기하고 10km·1km·100m·10m는 숫자로 표기한다. 문자의 경우 기준점부터 동쪽과 북쪽으로 각각 가나다순으로 표기한다. 기준점부터 100km마다 격자로 ‘가, 나, 다, 라…’ 순서로 구역이 나뉘며 그 안에서 숫자로 세부 구역이 표기된다.

만약 국가지점번호판이 보이지 않은 곳에서 다치면 어디로 연락을 해야 할까? 위치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국가지점번호는 미리 알아 두면 좋다. 번호를 알 수 없으면, 스마트폰을 통해 주소 정보 누리집(juso.go.kr)에 접속한 후 ‘국가지점번호’를 클릭하면 ‘나의 위치 지점번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미리 찍어둔 번호판 사진을 이용해 보는 것도 위치 파악에 도움이 된다.

산을 오르면 기온이 내려가서 휴대폰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 위급상황이 생길 때 국가지점번호를 알려주면 신속한 위치 파악이 가능해 긴급구조의 최적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모든 것은 그냥 놓인 것이 없다. 그 속에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말들이 그득 담겨 있다. 출발선과 결승선의 깃발처럼 번호판들은 가장 가까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뛰어나고 훌륭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훌륭하기 위해서는 시작해야 한다”라는 지그 지글러의 말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김뱅상 시인·현대중공업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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